여름에 만나는 크리스마스

호주 브리즈번 사는 우리 가족의 12월 이야기

지구 남반구에 위치한 Australia에서는 크리스마스를 한여름에 맞이하게 된다. 눈 대신 햇살, 두꺼운 옷 대신 가벼운 옷차림으로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그래서인지 매년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여유를 즐기며 사는 호주 사람들은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을 유난히 더 재미있게 보낸다. 그중 하나가 바로 집집마다 집을 크리스마스 라이트로 꾸미는 문화다. 해가 지면 평범했던 동네가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풍경으로 변하고, 그 모습만으로도 연말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작년 크리스마스는 한국에서 보내게 되어 집에 크리스마스 트리도 설치하지 못한 채 조금은 조용한 연말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더욱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재미있고 즐거운 12월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크리스마스 라이트, 엘프 온 더 쉘프, 어드벤트 캘린더, 그리고 트리 셋업까지. 올해 12월은 그렇게 우리 가족만의 방식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라이트 구경

12월이 되면 호주 전역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 찬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라는 점이 한국과 가장 큰 차이인데,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렘은 어디서나 느낄 수 있다.

쇼핑센터에는 캐롤이 울려 퍼지고,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들이 하나둘씩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호주다운 크리스마스 풍경은 단연 집집마다 꾸며진 크리스마스 라이트다.

     

✨ 호주 크리스마스 라이트 문화

호주에서는 매년 12월이 되면 많은 가정들이 집 외관을 크리스마스 라이트로 꾸민다.
단순히 전구 몇 개를 다는 수준이 아니라, 정원·지붕·담장·차고까지 화려하게 장식하는 집들도 많다.

  • 산타, 루돌프, 눈사람 조형물

  • 반짝이는 LED 라이트로 감싼 야자수

  •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라이트 쇼

  • 아이들을 위한 캐릭터 장식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일수록 더 공을 들이는 경우가 많아, 동네 전체가 작은 크리스마스 축제처럼 느껴진다.

🚗 크리스마스 라이트 구경, 하나의 연말 문화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가족 단위로 차를 타고 크리스마스 라이트가 유명한 동네를 돌아보는 것도 호주의 연말 문화 중 하나다.

✔️ 저녁 식사 후 가볍게 드라이브
✔️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며 구경
✔️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 찾기

크리스마스 라이트 주소를 찾을 수 있는 웹사이트도 있다.

크리스마스 라이트 주소 찾는 대표적인 웹사이트

   

그 외에도 지역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올해 라이트 잘 꾸민 집 리스트”, “아이랑 가기 좋은 크리스마스 라이트 스트리트” 같은 정보도 활발하게 공유된다.

올 해는 리암이도 그동안 많이 크고해서 크리스마스 라이트가 무엇인지도 알면서 같이 구경다녀서 더 의미가 있었다.

엘프 온 더 쉘프 (Elf on the Shelf)

리암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아이가 정말 많이 컸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예전과는 다르게 크리스마스를 더 또렷이 이해하고, 더 기대하는 모습이 보여서 올해는 크리스마스를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이런저런 크리스마스 아이디어를 검색하던 중 알게 된 것이 바로 엘프 온 더 쉘프 (Elf on the Shelf) !!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아직도 외국 문화들을 받아들이고 알아가고 있다. 크리스마스 문화도 호주와서 새롭게 경험하며 적응했지만, 미국에서 시작한 엘프 온 더 쉘프는 또 새로운 크리스마스 문화 였다. 아이들이 너무나도 좋아할 크리스마스 문화였다.

 

🎄 엘프 온 더 쉘프란?

엘프 온 더 쉘프는 미국에서 시작된 크리스마스 전통으로,
산타가 보낸 작은 엘프가 크리스마스 전까지 집에 머물며
아이들의 일상을 지켜보고, 매일 밤 산타에게 보고하러 간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엘프가 전날과 다른 장소에 가 있고,
아이는 그 엘프를 찾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 단순한 설정이 아이들에게는 마치 크리스마스 마법 같은 경험이 된다.

이 내용이 책에 있어서 12월에 리암이와 함께 읽곤 하였다.

💸 비싸서 시작은 현실적으로

엘프 온 더 쉘프는 보통 전통 책 + 엘프 인형 세트로 판매되는데, 막상 사려고 보니 생각보다 가격이 꽤 비쌌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 책은 중고로 겨우 구입

  • 인형은 가장 비슷하게 생긴 엘프 인형 따로 구매

‘플렉시블 엘프’라고 해서 샀는데, 막상 써보니 다리가 잘 굽혀지지 않아서 우리 집 엘프는 항상 꼿꼿이 서 있는 자세를 유지해야 했다… 😅

완벽하지 않은 엘프 인형이었지만, 아이는 매일 아침 엘프를 찾으며 하루를 시작했고 그 작은 설렘이 12월을 훨씬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엘프를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하여 둘 수도 있었지만, 꾀나 아이디어와 시간이 필요하여 우리는 거의 장소 이동만 하였고, 엘프가 떠나기 마지막날은 선물을 자꾸 뜯고 싶어하는 리암이때문에, 선물위에 엘프가 장난치는 장면을 연출하였다.

하지만 특별한 연출을 하지 않아도 매일매일 엘프가 와서 보고 있다는것 만으로도 리암이는 아침마다 정말 즐거워 하였다.

     

🇦🇺 호주에서 만난 새로운 크리스마스 문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 엘프 온 더 쉘프는 꽤 낯선 크리스마스 문화였다.
호주에 와서 여름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라이트, 바비큐 문화까지는 익숙해졌지만 엘프 온 더 쉘프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였다.

하지만 아이의 반응을 보니 왜 이 문화가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하루짜리 이벤트가 아니라 12월 한 달 내내 기다리는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어드벤트 캘린더

하루씩 기다리는 즐거움 ^^

엘프 온 더 쉘프와 함께, 우리 집 12월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준 또 하나의 존재는 바로 크리스마스 어드벤트 캘린더(Advent Calendar) !!

어드벤트 캘린더는 12월 1일부터 크리스마스까지 하루에 하나씩 칸을 열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전통적인 방법이다. 작은 초콜릿이 들어 있기도 하고, 장난감이나 메모가 들어 있는 캘린더도 있다.

우리는 리암이와 의미있는 크리스마스를 보내느 첫 해인만큼 제일 기본적인 초코렛으로 결정하였다. 매일 초코렛 먹고싶어하는 리암이에게 딱이다 싶었는데, 더운 브리즈번에서는 초코렛을 냉장고에 넣어놓아야 해서 매일 찾아먹는것도 쉬운일은 아니였다 ;;

📆 숫자를 세며 기다리는 크리스마스

5살 리암이에게 크리스마스는 아직 “언젠가 오는 날”이다. 그래서 날짜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열어볼 수 있는 어드벤트 캘린더는 크리스마스를 이해하는 데 정말 좋은 도구였다.

매일 저녁을 먹고나면 . “오늘 몇 번 열어?” 그리고 작은 문을 하나 열며 “이제 크리스마스까지 며칠 남았어?” 하고 스스로 세어본다. 그 짧은 순간이 하루 하루 작은 의식처럼 자리 잡았다.

💛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연습

어드벤트 캘린더의 가장 좋은 점은 ‘기다림’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매일 하나씩 열어야 하고, 한꺼번에 다 열 수 없다는 규칙 속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선물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아마도 그 기다림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 트리 셋업

12월이 되자 우리는 창고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꺼냈다. 리암이와 함께 트리를 꾸미는 모습을 상상하며 시작했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

기대와 달리 크리스마스 트리 셋업은 결국 나 혼자 담당하게 되었고, 리암이는 옆에서 잠깐 구경만 하다 사라졌다. 그래도 트리를 모두 셋업하고 라이트를 켜는 순간, 집 안 분위기가 단번에 크리스마스로 바뀌었다.

트리 불이 켜지자 리암이는 “우리 셋 다 같이 사진 찍자”라고 말했고, 그렇게 우리는 2025년 크리스마스 가족 사진을 트리 앞에서 남기게 되었다.

     

✈️ 크리스마스 당일, 우리는 공항으로 향했다

사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조금 특별했다.
우리는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 한국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이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오전 8시 30분이라
집에서는 새벽 5시에 출발해야 했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선물 이벤트만큼은 절대 빼먹고 싶지 않았다.

🎅 산타를 기다린 크리스마스 전날 밤

크리스마스 전날,
리암이는 산타에게 편지를 써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산타가 먹고 갈 수 있도록

  • 당근

  • 쿠키

  • 물

까지 정성스럽게 준비해 두고 말이다.

다음 날 아침,
산타가 다녀간 것처럼 일부러 먹은 흔적을 남겨두자
리암이는 정말로 산타가 다녀갔다고 믿으며
너무나 기뻐했다.

그 반응 하나만으로도
잠을 줄여가며 준비한 보람이 충분했다.

🎁 기대와는 조금 달랐던 선물, 그래도 행복한 아침

사실 리암이는 한 달 내내 가지고 싶은 것들을 계속 이야기해 왔고, 에디와 나는 그에 맞춰 이미 선물을 준비해 둔 상태였다. 그런데 막판에 산타에게 편지를 쓰면서 전혀 다른 장난감을 적는 바람에 리암이의 ‘최종 바람’은 그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래도 여러 가지 선물을 열어보며 즐거운 크리스마스 아침을 보내고, 우리는 서둘러 공항으로 향했다.

조금은 바빴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만의 크리스마스는 충분히 남아 있었다.

크리스마스는 하루였지만, 그날을 준비하던 시간과 기억은 오래 남는다. 트리를 세우고, 산타를 기다리고, 새벽 공기를 가르며 공항으로 향했던 그 아침까지. 2025년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우리 가족의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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